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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한 친구가 나에게 해준 칭찬 한마디가 마음에 걸린 적이 있다. 나는 컴퓨터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도 컴파일러라는 분야를 좋아한다. 여러가지 기계어들을 써내려가며 컴파일러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나를 보고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친구: 와 너 정말 대단하다 컴파일러 같은 걸 다 만들고.

나: 아 이거 생각보다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몇가지 원리만 알면 금새 익숙해져

친구: 아냐 나는 그렇게 작고 디테일한 건 잘 못해. 난 좀 더 빅픽쳐스러운 것만 잘할 수 있어.

내색은 안했지만, 친구의 답변을 듣고 나는 속으로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느끼기에 사람들은 작은 것과 근본적인 것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빅픽쳐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흔히들 이렇게 생각한다. 형법 307조 제2항을 이해한다고 법의 근간을 이해하게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당신이 마트에서 파는 프링글스의 가격을 안다고 해서 경제를 이해했다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즉, 작은 배움이 다 근본적인 배움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근본적인 것들은 다 작다. 건축을 깊이있게 배우고 싶으면 싶으면 물리학을 잘 알아야 한다. 사회학 깊이있게 배우고 싶으면 뇌과학을 잘 알아야 한다. 앱개발을 깊이있게 배우고 싶으면 컴파일러를 알아야 한다. 가장 근본에 대한 공부 없이 그 상부구조만 공부한 사람이 내뱉는 말은 사상누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고 싶은가? 좋다. 근데, 정말 제대로 된 숲을 보려면 다시 나무의 세포 하나부터 공부하는 것이 정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