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진격의 거인의 주인공 에렌 예거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강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식인 거인들을 박멸하겠다는 목표 앞에서 자신의 목숨 하나는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에렌은 작 후반부에는 처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이제 에렌의 목표는 거인을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닌, 자신과 다른 나라에 사는 모든 인류를 멸종시키는 것을 위해 사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전쟁시 극한의 포로수용소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내일에 대한 기대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거야, 이번 전투가 종식되면 나갈 수 있을거야, 언론에서 취재한 이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으니 곧 나갈 수 있을거야. 이런 사람들이 가장 먼저 죽어나간다고 한다. 끝까지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내일도 아마 나가지 못하겠지, 그치만 뭐 어때’ 하고 근근히 버텼던 사람들이라고 한다.
꿈일 수도 있고, 친구나 연인에 대한 기대일 수도 있고 우리는 많은 경우 절대 깨지지 않는 강한 신념을 높이 산다. 어쩌면 실제로 크게 변하지 않을 사람은, 신념이 강한 사람이 아닌 한없이 흔들리는 사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