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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가치관이 상당히 유연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화려하고 권위 가득한 사람이 되는 것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시골 산골에서 소박하게 사는 것도 모두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나의 아버지는 야망으로 가득찬 분이시다. 2등을 하는 것은 명예가 아니라 치욕이며, 사진을 찍을 때는 항상 가운데에 위치해야 하고, 교사든 교수든 누군가에게 님자를 붙이는 법이 없는 분이시다. 반면 나의 어머니는 소박함 그 자체시다. 안입은지 10년이 지난 옷도 버리는 법이 없으시며, 음식의 유통기한이 지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고, 최근 20년간 밖에 나가 영화관을 가신 적도 없으시다.

나는 두 분을 보면서 두가지의 삶의 양식을 배웠다. 하지만 가치관이 유연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두 극단 중 하나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으레 가지는 목표들, 예를 들어, ‘40살 전까지 서울 변두리에 자가 한 채 구하기’ 하는 꿈 같은 건 멋드러지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건 아주 큰 야망도 아니고, 또 안빈낙도의 자세도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사고방식이 정말 좋은 것일까? 오히려 인생의 정답은 두 극단의 가치관 사이의 어딘가에 있지 않은가? 오늘은 이렇게 문득 나의 편협함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