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란 것은 굉장히 대단하고 복잡한 기술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그 존재 목적 자체는 단순하다. 정보를 기록하는 장부. 대체 블록체인이란 장부는 다른 장부들과 뭐가 다르기에 때로는 열광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일까?
장부는 돈의 이동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되었다. 장부가 사라진다고 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장부는 단순히 기록일 뿐이니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어떨까? 어느날 천재지변이 발생해 당신의 은행의 모든 거래 기록이 일시에 지워져버렸다고 해보자. 이제 더 이상 누구도 당신이 입금받은 액수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누가 당신의 잔고를 인정해줄 수 있을까?
반대로 생각해보자 당신은 지폐나 동전이 없어도 일체의 경제생활이 가능한가? 즉 눈에 보이는 돈이 사라지고 장부만 남아도 살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겐 돈은 곧 장부이다.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 중 하나는 돈이 없이 장부만으로도 돈의 역할을 (현재로서는, 부분적으로나마)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얘기를 조금 해보도록 하자. 컴퓨터란 것은 굉장히 다재다능한 도구이다. 우리는 컴퓨터로 게임도 하고 SNS도 하고 자동차도 운전한다. 프로그램을 실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러한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관통하는 컴퓨터의 본질이란 것이 있을까?
컴퓨터는 정해진 룰에 의해 상태를 저장하고 변형하는 기계이다. 그래서 컴퓨터의 또 다른 이름은 상태변환기계(state transition machine)이다. 첨부된 그림 참고. 시시각각 들어오는 외부로부터의 입력과 그에 따른 상태변화를 종이에 기록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컴퓨터에 대한 완벽한 묘사가 된다. 그러니까 컴퓨터도 장부이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은 게시글을 두 번 터치하면 좋아요가 붙고, 거기서 두 번 더 터치하면 좋아요가 사라지는 장부이다.
2014년 컴퓨터는 곧 장부라는 사실을 일찍이 깨닫고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에 완전한(Turing-complete) 컴퓨터를 올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팀이 있다. 그 팀은 그 하나의 장부를 the world computer라고 불렀으며 그 프로젝트의 이름은 Ethereum이다.
분산원장을 돈과 컴퓨터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현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