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강연들의 주제로 정말 자주 나오는 것중 하나는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말이다. 내 생각에 이런 조언들은 대다수 청년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의 문제는 좋아하는 것을 과감하게 도전하기 위한 용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을 겪고 나면 자기가 수학을 좋아하는지 문학을 좋아하는지 혹은 둘다 좋아하는지 정도는 어렴풋하게 알게 된다. 그리고 적당히 성적에 맞으면서도 약간의 관심이 가는 학과를 선택하게 된다. 운 좋게도 자기가 이렇게 선택한 분야가 너무나 좋고 또 그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게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개는 적당히 보수좋고 적당히 재밌는 직장을 가지 ‘자아실현’을 하는 단계까지 가기는 힘들다. 그래서 직장을 가서도 진로 고민은 계속된다.
학부 시절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총 40년이 넘는 기간동안 학생들을 가르쳐온 노교수님이 한 분 계셨다. 그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내가 40년 넘게 교수를 해보면서 느낀 건데 세상에 공부를 좋아해서 하는 사람은 없어. 하다 보니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거지.” 이 말에 좋아하는 것을 찾는 비법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내 생각에 어떤 분야를 좋아하게 되는 것은 어떤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구를 좋아하는 것의 제 1조건은, 그 사람이 내 주변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사람이 영상에서만 볼 수 있는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그 사람을 내 생활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 것도 결국 내가 미리 알 수는 없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선가 그 대상이 내 옆에 있어줬어야 할테니까.
때로는 경쟁을 통해 무언가를 더 좋아하게 되기도 한다. 좀 웃기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평소에 큰 관심이 없다가도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괜히 질투가 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을 하곤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깨닫게 되곤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경쟁 자체에 매몰되어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은 뒷전으로 몰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건 지양해야겠지. 좋아하는 분야를 찾는다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 일단 하다보니 좋아지는 건 맞다고 쳐보자. 그럼 일단 뭐든지 많이 시도 해보면 좋은 것인가? 내생각에는 아니다 하는 것은 충분히 좁아야 한다. 10명의 상대가 다 너무 좋다고 10명과 연애를 한다면 그건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지 않을가? 깊게 사랑을 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권태기를 이겨내 보아야 한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자꾸 듣다보면 질린다. 작은 변화를 주거나, 더 깊게 파는 것이 필요하다. 음악을 듣는게 질렸을 때 그 음악에 춤을 춰보면 같은 음악도 새롭게 느껴진다. 춤추는 것 조차 질렸어도 그 음악을 직접 따라 만들고 이리저리 바꿔보는 것은 재밌다고 한다.
연애든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든 계획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너무 계획하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기술이란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명의 대상이 나타났을 때 그 대상에게 자기를 온전히 바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