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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를 가진 컴퓨터, 인간

2015-12-16

AI, Programming

나는 사람의 뇌가 결정론적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컴퓨터처럼 표현하자면 똑같은 메로리 상태에서 똑같은 입력이 들어오면 정해진 출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좀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인간도 한낱 컴퓨터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자유의지란 없는 것인가? 내가 먹고싶은 것을 먹을 능력,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능력, 혹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일까? 모순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은 결정론적으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버그를 생각해보자. 중요한 순간만 되면 이유 없이 열리지 않는 워드 파일들, 밤새서 코딩했더니 꼭 시연할 때만 말썽인 프로젝트 데모 프로그램들. 이렇게 변덕스러운 프로그램들을 보자하면 때로는 프로그램들이 일부러 나를 엿먹이려고 버그를 내는 것은 아닌지 열받고는 한다. 그러나 실은 컴퓨터는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달리 우리의 뇌는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뇌는 매우 복잡하고 변덕스럽게 작동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의 뇌는 일부러 버그를 내도록 작성된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PC한 대는 1초에만 억단위의 연산을 하고 그 구조도 매우 복잡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전세계에 있는 컴퓨터를 모두 합쳐서 그만큼 복잡한 컴퓨터를 만들어도 한 사람의 뇌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에 이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그만큼 복잡하다. 그리고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이러한 복잡한 뇌 활동이 인간의 감정, 의지등의 단순하고 추상적인 형태로 발현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이다. 이유없이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 혹은 누군가를 '그냥' 좋아하게 되는것도 실은 내가 겪은 모든 경험들의 결과이다. 내가 하는 아무리 사소한 행동 하나도 사실 과거에 어떠한 입력값들에 의해서 결정지어진 것이지만, 이건 분석하기 너무 복잡한 문제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랜덤하다고 볼 수 있다. 요컨데 우리는 어차피 죽었다 깨어나도 인간의 변덕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변덕을 인간의 아름다움이자 자유의지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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